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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이 방에 벌레가 하나둘씩 출현하고 있다.
날 탓할 수밖에 없다.
아직 큰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메기같이 생긴 생소한 것을 만났을 뿐.
그녀석은 올챙이처럼 얼굴에서 꼬리까지 물방울모양이다.
얼굴은 눈 두개에 납작한 것이 메기같은 형상이다.
그리고 약간 투명한 연두색/노란색. 기억하기론 그렇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파리, 그보다 조금 작은 정도?
다리가 붙어있던 것 같다. 매우 빠르게 기어다닌다.
처음 녀석을 만난 건 아마 어제였다.
이 방 요가매트 쯤에서 조우했던 것 같다.
안 잡혀서 책을 던져서, 아 그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던져서
잡았던 것 같다.
두번째 만남 또한 방금 성사되었는데
바닥에서 눈을 마주쳐 매트 위로 올라와 날 향해 달려오기까지 함께했다.
잡아야겠다. 아니, 제보사진 찍어놓고 보자
핸드폰을 들이대는데 이자식 나를 향해 막 달려온다.
그래서 결국 핸드폰을 내던졌다.
뒤로 도망갔다.
다시 내려와서 핸드폰을 들춰보니
모서리 부분에
마치 쌀벌레나방 잡을 때 나오는 것 같은 가루만 흔적이 남아있고
실체는 사라졌다.
그녀석은 살아서 나의 얼음상태를 뒤로하고 태연히 움직였거나
핸드폰을 맞는 동시에 튕겨서 어디론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조만간 또 볼 것 같다.
바로 이녀석이다. (얘 초록색 맞나?) 첫번째 사진의 흔들림이 상황의 긴박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핸드폰 던지기 직전 다가오는 벌레의 행진
그리고 개미.
침대에 누워 있으면 따끔거리더라니, 개미들이 몇 마리 있다.
그리고 방금 여왕개미도 잡았다.
휴지를 잘라서 잡았는데
여왕개미가 또 나왔길래 아니 여왕개미가 두 마리나 있는 건가! 하며 기겁하다가
처음 잡았던 휴지를 들춰보니 그녀석이 살아서 나온 것이었다.
두번째는 정확히 확인했다.
맞다
오늘 쓰레기 비우러 계단을 내려가는데
금빛나는 풍뎅이로 추정되는 생김새의 벌레가 엎어져서 바둥대고 있길래
도와줄까 말까 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장수풍뎅이 소중히 생각하던 기억이 나서
발로 살짝 뒤집어주었다.
찰나, 퍼쩍 날아서 내 옆을 싹 스쳐 자유롭게 저하늘로 날아간다
아찔하여 눈을 바짝 감았다가 다시 떠서 내 몸이 무사한지 살폈다.
오, 벌레여.
이곳 흰개미집은 얼마나 유명한지,
길가에 가다보면 흙무더기같은 탑이 보이는데
그 작은 개미들이 어떤 지혜인지 사람 키보다 큰 집을 지어올린다.
원장님과 차타고 가는 길에
이야, 참 첨성탑같아요!
했더니
첨성탑은 없고 첨성대는 있다고 하셨다.
그래 그 첨성대같다.
그 위에 올라가면 뭔가 보일 것 같다.
그곳의 여왕개민가? 식용으로 판다고 한다.
집 현관 같은 곳에 흰개미집 짓기 시작하면 커지지 못하게 처단해야한다.
웁스
벌레 얘기는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