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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이들.

Debbylovy 2016. 10. 27. 06:07
오늘도 행복한 빵나누미가 되어
삼백명이 다 되어가는 아이들을 만난다

내 돈으로 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 눈을 마주치고 환히 웃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더 주고 싶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면 걱정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고, 빵을 받곤 대충 인사하는 아이에겐 맘이 상한달까
 웨바레예수 이백여든 번.
나는 하루 이백 여든 번 주님께 감사하다고 고백하고
하루 이백 여든 명의 예수를 만난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이백 여든 번의 스쿼트를 하며 빵을 드리면
어떤 아이는 땅에 무릎을 대기까지 인사를 한다. 괜히 짠하다

요즘은 스쿼트가 시원치 않고
율동수준으로 무릎을 구부리는...

모닝빵같은 주먹크기의 빵을 한조각씩 준다.
어떤 건 작아서 이걸 아이에게 쥐어주기 미안해 주춤거린다. 최대한 뒤로 미뤄본다. 빵집 제빵사에게 더 크게 만들어달라고 외치고픈 맘이 가득하다. 남으면 옮기는 걸 도와주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더 준다.
많이 여유있을 듯하면 7학년 친구들 두개씩 준다.

아이들이 급격히 늘었다.
빵과 우유를 준다는 소문에 학생들이 점점 늘어난다.
지난주엔 갑자기 아이들이 줄었기에 사정을 물으니 등록금 없는 아이들은 다 돌려보냈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1학기 등록금이 한국돈 7천원쯤 된다. 이 돈을 마련하려고 며칠간 이곳저곳 일을 찾으러 다닌다...  그러나 아동가정방문 가면 한달 수입이 2만원도 되지 않아 1-2만원 하는 집세를 내고나면 먹을 것 살 돈도 없는 아동 가정들이 태산이다.
 그나마 친부모 중 한 명이 있으면 눈치라도 덜 보일텐데 이모에 얹혀사는 아이들이 어찌도 이리 많은지... 그들의 설움은 가난의 설움보다 무거울 것이다.


이제 한달. 이곳에 와서 거의 스무명의 아이들 가정방문을 했다. 후원자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이전부터 후원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많다.
보호자를 만나고 가정형편을 알아본 후 떠나기 전에 보호자와 아이들에게 말한다.
후원자님이 구해지도록 꼭 기도하라고 구한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사랑스럽다.
빵을 더 주지 않아도 내 짐을 들어 옮겨주는 아이들이 따뜻하다.
내게 다가와서 말 걸고 손 흔들어주는 아이들에게 내일 또 봐 할 수 있어서 좋다.
뻐드렁니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1학년 파란옷 애드손이 좋다.
살포시 무릎을 굽히며 쏙 들어가는 보조개 미소로 마음을 날리는 로즈가 좋다.
물건 다루기를 좋아하는 수리공이 꿈인 소년이 기특하다. 이친구 어서 좋은 후원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갑상선으로 목이 퉁퉁 부운 사촌형과 같이 사는 아이가 계속 맘에 걸린다. 꼭 이 가정이 행복해지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후원자도 생기고!
몇 번을 들어도 믿기지 않지만 열세 명의 손주들을 할머니 혼자 돌본다는 그 말도 안되는 가정에, 예쁜 미소를 가진 소녀의 후원도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마시라고 준 음료를 손에 쥐고 있다가 동생에게 이웃아기에게 물려주는 그 고운 마음.
 가정방문하고 돌아갈 때면 희망이 설레는 아이들...
 교복이 헐어 치마에 난 구멍을 옷으로 가린 소녀에게 천사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내가 한국어를 알려주었다
"사랑해요"
 손동작으로 머리위에 하트를 그리면서.
아이들이 따라한다.
예쁜 말과 예쁜 몸짓으로 행복한 기운이 퍼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너무 좋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고맙다
그냥 예쁘다 꺼무잡잡한 아이들 그 똘망스러운 눈동자와 환히 웃으며 허연 이가 들어날 때

아이들이 좋다
그래서 슬퍼도 또 간다
안타까운 상황들에 맘이 울적해져도
빵나누러 간다. 또 오라고 웃어주나보다.
아니다 이 아이들은 원래 웃는다. 그건 원래 웃는 미소다. 그리고 빵과 우유에서 나온 미소다. 든든하진 않아도 허기를 채운 힘에서 나오는 술래잡기다. 하나도 안익은 쪼꼬만 망고를 갉아먹는 아이들의 수줍은 미소

학교앞 구멍, 정말구멍가게에서 파는 불량식품. 한국처럼 시콤한 가루같은 것을 먹는 아이들도 있다. 주머니에서 옥수수팝콘을 꺼내먹는 아이도 가끔 본다
정체불명의 요상한 음료수를 마시는 아이들도 있다.

몇 아이들은 헬로 데보라 하며 내 이름을 불러준다.
나도 자주 아이들의 이름을 물어본다.
더 기억하고 더 불러주고 싶다.
누군가 나를 불러준다는 건
그것만큼 날 살게하는 것이 또 있을까 할만큼 너무나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먹은 나도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얼마나 꽃처럼 피어날까?

나는 아이들이 좋다.
그래서 우간다가 좋다
사랑스러운 헬렌이 허기진 배를 토닥이며 내일을 기다리겠지 
빵 나눠주고선 비가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우기같지 않게 가문 땅에 물이 가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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