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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늦은 저녁, 고마운 사람에게
아프리카에서 감사를 전해봅니다.
이렇게 신선하고 독특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니,
이제는 무뎌져 어떤 것이 제게 새로웠는지 기억도 흐릿해 갑니다.
만남이란 참 소중해요.
그대를 모르고 지냈을 때엔
그대를 알고 만나지 못하는 아련함이란 것도
몰랐지요.
이곳에 있으니 떠나온 사람들이 그립고,
이곳을 떠나려니 이곳 사람들이 그립고,
그렇게 끝없는 그리움을 고리고리 지어
살아갈 밖에 없는 저의 운명이,
만남의 풍성함 가운데서 환희에 찹니다.
눈물 흘리는 당신. 그 마음에
내가 전한 사랑이 따뜻한 숨을 쉬고 있다면
난 너무나 행복하겠습니다.
뒤돌아서니 아련하여 저린 심장,
붙들며 당신이 준 사랑의 떨림을 느껴봅니다.
그 어디도 살만한 곳은 없다면
그 어디도 못살 곳은 없네요
이곳도 좋고, 저곳도 좋습니다.
나는 천국에 살고 있네요.
#2. and......
나는 누구일까요
이틀 전 무서운 꿈을 꿨습니다.
나의 신분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주민등록 상에서 저는 사망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살아있고, 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면 안 되는 처지였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보니
꿈에서 깨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무대포 정신이란 별난 것이어서, 혹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꿈에서는 이 상황을
새 출발점에 선 마음으로 즐겨보자는 어떤
도전정신조차 서려있었습니다.
그러나 꿈이어서 다행이네요.
나는 누구일까요.
내 주변의 것들이 없어져도 나는 나일 수 있을까요?
여권도 나의 국적도 신분도 모두 사라져도
어디 발붙이고 살 수 있을까요?
나는 누구일까요.
내가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내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은
제게 아직 말장난으로밖에 답할 수 없어 조금 쉬어가야겠습니다.
벌써 우간다에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롭고 괴로운 시간을 거쳐
안정과 평안의 시간도 오고,
사귐과 우애
예배와
기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하나님과의 대화시간…
그리고 성가대와 찬양집회 찬양단의 자리에 서는 거저받은 은혜의 기쁨
하나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항상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
우리를 통해서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고린도후서 2장 14절)
어제인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가르치셨나요.
딱 봐도 인간은 참 모자라고, 한참 모자라면서도 우쭐거리며
죄에도 매번 넘어지고, 하나님을 믿는 것은 간신히 붙들려 있는 것인데…
왜 이런 연약한 자들에게 '빛'이라는 권한을 주셨나요
하나님께서는 눈을 뜰 수도 없이 빛나신다는데
온전하신 하나님만 빛을 하셔도 될 터인데,
빛이라는 엄청난 이름을 인간에게도 주셨나요
하나님,
저는 누구일까요?
저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저는 과연 언제까지 살아있을까요
저는 짧고 굵게 살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한편으론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하나님.
죽음보다 강한 사랑으로
저를 영생으로 인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