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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아이가 좋습니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어린아이와 같아야 합니다.
그 말씀이 좋아서 아이가 좋습니다. 아이가 좋아 그 말씀이 좋습니다.
언제나 미소와 사랑을 받으면 아름답게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새싹 같은 존재.
존재함으로써 보는 사람 또한 살아갈 힘을 주는, 가장 파릇파릇한 생명.
중동 아부다비에서 우간다 엔테베까지 오면서 긴장과 불안 따위를 하얗게 잊게 해준 친구는 다름아닌
양복입은 남자아이였습니다. 비행기 셔틀버스에서 처음 눈빛 인사하고, 비행기안에서 대각선으로 보이는 뒷좌석에 앉아 서로 눈짓으로 친해지며 얼굴을 보였다가 숨는 고전적인 장난만으로 우리는 잘 놀았습니다. 화장실 가는 길에 내게 찾아와서는 작은 두 손을 제 팔에 올려놓고 얼굴을 쓰다듬는 네살정도 된 이 아기는 하나님께서 우간다 사랑의 마중물로 보내신 천사가 아닐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들이 있으니 마음껏 설레라~ 하고 들뜨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이곳에 온 지 이틀째인 오늘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스폰서데이입니다! 개학 전까지는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다음주 개학을 남겨놓고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리고 사진도 찍는 즐거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아이들이 쓸 카드를 인쇄하여 오렸습니다. 식사준비와 설거지 다음으로 제게 맡겨진 첫 번째 일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담을 수 있는 사진찍기가 두 번째 맡은 일입니다.
도움 받는 사람들을 사진 찍고 게시한다는 것,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사진 한 장에도 불쌍해 보이는 모습을 의도하거나 비참, 구차하게 만들지 않길 소망합니다. 없는 부분, 부족한 부분이 아니라 사람을 담고 싶습니다. 일상적인 것, 평범하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실례로 불쾌한 마음이 들지 않기를 소망하며, '찍사' 이전에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들의 순수한 미소를 예쁘게 담아 아이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저를 물끄러미 보다가 손을 흔드는 제게 함께 인사합니다.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면 함께 웃는 아이, 40여명의 보석이 빛나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은 만국공용어인 미소입니다.
다일센터에 5학년 담당 학교 선생님께서 와계셨습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결연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고 질서정연하게 모임을 갖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계셨습니다. 공책을 나누어주고, 크레용과 볼펜 한 자루씩, 그리고 일회용봉투도 한장씩 나누어주었습니다. 한 아이가 봉지를 손으로 곱게 펴며 쓰다듬는 모습을 보시면서, 이 아이들에겐 봉지조차 귀하다는 것에 안타까운 사랑의 눈빛을 보내십니다. 새학기 선물 위에 곱게 모은 두 손이 예뻤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데 참 잘 그렸습니다. 아프리카인들이 음악과 체육 등 예체능에 감각이 있다고 어렴풋이 알았는데, 정말 각자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며 예쁘게 그리는 모습들이 사랑스럽고 기특했습니다. "굿!" "베리 나이스!" 하면 수줍게 웃는 아이들, 한 손으로 그림을 가리며 그리는 아이들, 아이들이 그리는 모습이 대견한 듯 보는 엄마, 어딜 가나 늘 있는 뒷자리 무리 아이들, 카메라 앞에서 개구지게 웃어보이는 아이들…
독사진을 한 장씩 찍는데 "스마일~"의 루간다어인 "쎄까 무"를 배워서 "쎄까 무~" 하며 사진을 찍으니, 나의 발음이나 행동이 웃겼는지 아이들이 따라하며 "쎄까 무"를 외칠 때마다 꺄르르 웃습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포즈를 취하는 아이, 쪼고만 그냥 귀여운 아이, 잘 웃지 않는 아이,,,
이름을 부르며 찍어주면 더 좋았을 텐데, 많이 보고 함께 할 시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꾸물꾸물거립니다.
두 병의 식용유와 옥수수가루를 나누어주는데 아이들이 작은 체구에 무거운 짐을 듭니다. 집까지 저 짐들을 지고 가야 하는데,,, 안쓰러워하는 원장님의 눈빛이 사랑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우리, 처음치고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Deborah라는 제 이름이 예쁘다고 칭찬도 들었습니다.
5학년 담임선생님을 댁에 모셔드리고 돌아가는 길, 담도 없고 창문도 없는 집들을 지나칩니다.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봅니다. 순서대로 쪼르르 서 있는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가장 어린아이 옆에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갓난아기가 검은 몸을 드러내놓곤 바깥에 있습니다.
빨갛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립니다. 황토먼지를 한껏 날려봅니다.
리얼 아프리카!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웨바레 예수